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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다음 해법_로컬넥스트
“전통은 오래 버틴 시간만으로 팔리지 않는다. 오늘의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으로 다시 태어날 때 시장은 브랜드가 된다.” 백년시장은 오래된 시장에 붙이는 명예로운 이름표가 아니다.오랜 세월을 견뎌 온 시장이 오늘의 고객에게 다시 선택받을 수 있도록 새롭게 해석하는 일이다. 시장의 나이가 70년을 넘었다고 해서 고객이 저절로 감동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간판, 낡은 골목, 오랜 단골의 기억은 분명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그 자산이 고객의 방문 이유로 바뀌지 않으면 시장은 과거의 시간 안에 머문다. 전통시장은 지역의 시간을 가장 깊게 품고 있는 공간이다.어느 시장에는 전쟁 이후 가족의 생계를 지켜 온 노점의 기억이 있고, 어느 시장에는 새벽마다 농민이 들고 온 첫 수확물이 있으며, 어느 시장에는 어..
김용한의 상권 브랜드 컬럼 : 로컬창업가 1만명 시대 “로컬창업의 성과는 선발 인원이 아니라, 지역에 남아 불을 켜고 있는 점포의 시간으로 증명된다.” 로컬창업은 이제 지역상권 정책의 가장 앞자리에 놓였다. 지역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오래 비어 있던 점포에 불이 켜지고, 낡은 골목에 다른 감각의 브랜드가 생기는 일은 상권에 분명한 활력을 준다. 반가운 흐름이다. 그러나 로컬창업은 숫자로만 볼 일이 아니다. 창업자가 몇 명 생겼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창업자가 그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다. 정부도 로컬창업을 지역상권 회복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2026년 3월 발표된 「모두의 지역상권 추진전략」은 매년 로컬창업가 1만 명을 발굴하고, 로컬기업 1천 개사를 육성하는..
익선동을 걷다 보면 이상한 감각이 든다.분명 서울 한복판인데, 골목은 낮고 좁다. 높게 치솟은 빌딩 대신 처마가 보이고, 대형 간판 대신 작은 문패와 조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종로3가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만나는 이 작은 한옥 골목은 어느 순간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서울한옥포털은 익선동을 “도심 속 한옥 섬”으로 소개하고, 서울관광재단도 1920년대 한옥이 보존된 골목에 트렌디한 카페와 맛집, 소품 가게가 어우러진 곳으로 설명한다. 익선동이 뜬 이유를 단순히 “한옥이 있어서”라고 말하면 반만 맞는 설명이다.한옥은 익선동의 자산이었지만, 그 자체가 경쟁력은 아니었다. 오래된 공간은 잘못 다루면 낡은 공간이 되고, 잘 해석하면 매력적인 콘텐츠가 된다. 익선동은 한옥을 박제하지 않았다. 그..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한때 강남 소비문화의 상징이었다.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패션, 명품, 연예인, 트렌드가 모이는 거리였다. 젊은 세대에게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거리”였고, 브랜드에게는 “입점 자체가 이미지가 되는 거리”였다. 그러나 상권은 이름값만으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소비자는 변하고, 경쟁 상권은 생기고, 임대료는 오르며, 콘텐츠는 낡는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도 이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쇠퇴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 방식의 변화였다.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커머스가 성장하면서 단순히 옷을 사고 브랜드를 구경하기 위해 거리를 찾는 이유가 약해졌다. 과거에는 유명 브랜드 매장과 편집숍이 거리의 경쟁력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매력은 빠르게 희석됐다. 소비자는 더 이상 ‘비..
지역상권의 미래는 사람을 많이 부르는 데 있지 않고, 오래 머물고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이제 유동인구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사람이 많이 지나간다고 상권이 살아나는 시대는 지났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이 지나갔는가가 아니라, 몇 명이 멈췄고, 얼마나 머물렀고, 무엇을 기억하고 돌아갔는가에 있다. 상권의 힘은 발걸음의 숫자보다 체류의 밀도에서 나온다. 지방소멸의 위기는 지자체의 가장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많은 지자체가 청년 유입, 귀농·귀촌, 워케이션, 축제, 로컬창업,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등록인구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설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은 줄어도, 지역에 찾아와 시간을 쓰고 소비하는 사람까지 넓게 보..
상권은 지원받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되는 로컬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더 이상 ‘살려야 할 낡은 공간’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고객이 일부러 찾아오고, 머무르고, 다시 이야기하게 만드는 로컬 브랜드로 다시 서야 한다. 시장이 어렵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었다. 손님이 줄었다고 말하고, 온라인 소비가 늘었다고 말하고, 젊은 세대가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손님이 사라진 것만이 아니다. 다시 찾을 이유가 약해진 것이다. 상권은 가게의 집합이 아니다. 고객의 하루 안에 들어가는 경험의 묶음이다. 누군가는 장을 보러 오고, 누군가는 점심을 먹으러 오고, 누군가는 골목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