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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다음 해법_로컬넥스트
김용한 상권브랜드 컬럼(2)지방소멸 시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왜 생활인구를 붙잡아야 하나? 본문

지역상권의 미래는 사람을 많이 부르는 데 있지 않고,
오래 머물고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이제 유동인구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사람이 많이 지나간다고 상권이 살아나는 시대는 지났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이 지나갔는가가 아니라, 몇 명이 멈췄고, 얼마나 머물렀고, 무엇을 기억하고 돌아갔는가에 있다. 상권의 힘은 발걸음의 숫자보다 체류의 밀도에서 나온다.
지방소멸의 위기는 지자체의 가장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많은 지자체가 청년 유입, 귀농·귀촌, 워케이션, 축제, 로컬창업,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등록인구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설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은 줄어도, 지역에 찾아와 시간을 쓰고 소비하는 사람까지 넓게 보면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이 가능성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가장 가까운 생활 현장이다.
생활인구, 숫자가 아니라 ‘머문 시간’의 지표다
생활인구는 막연한 홍보용 단어가 아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은 생활인구를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여기에는 주민등록인구,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외국인등록자와 국내거소신고자가 포함된다. 제도상 체류인구는 월 1회 이상, 하루 3시간 이상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으로 설명된다. 이 기준은 상권을 보는 눈을 바꾼다. 인구는 주소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소비가 머무는 곳에도 있다.
이 법적 개념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에 매우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동안 상권을 주민 소비 중심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생활인구 시대의 상권은 주민, 관광객, 출향인, 인근 직장인, 주말 방문객, 체험객, 외국인 방문객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그들은 모두 같은 고객이 아니다. 주민은 편리함을 원하고, 관광객은 지역다운 장면을 원하며, 주말 방문객은 가족과 보낼 시간을 원한다. 이 차이를 읽지 못하면 사람은 와도 소비는 약하다.
정부의 지방소멸 대응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원 배분계획을 발표했고, 2026년 4월에는 매년 1조 원 규모로 투입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평가·배분체계를 인구 유입과 주민 체감성과 중심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시설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실제로 오고 머무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방향이 더 분명해졌다.

AI 활용
지원사업이 성과가 되려면 상권에 머물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전통시장 및 지역상권 활성화 정책도 이제 단순 시설 개선이나 일회성 행사에 머물기 어렵다. 정부의 「모두의 지역상권」 추진전략은 지역상권을 점·선·면으로 바라본다. 점은 로컬창업, 선은 로컬기업과 골목의 성장, 면은 관광과 체류를 통한 확산이다. 2026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도 전통시장, 상점가, 골목형상점가 등을 대상으로 문화관광형시장, 시장경영지원 등과 연계되어 추진되고 있다. 정책은 이미 ‘방문객을 모으는 상권’에서 ‘머무는 이유를 설계하는 상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만 정책이 좋아졌다고 현장이 저절로 살아나지는 않는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들어오고, 전통시장 지원사업이 선정되고, 지역상권 사업이 추진되어도 고객이 머물 이유가 약하면 성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시설은 새로워졌지만 앉을 곳이 없고, 행사는 열렸지만 평일의 시장이 비어 있으며, 포토존은 생겼지만 살 것과 먹을 것과 걸을 이유가 연결되지 않으면 상권은 다시 조용해진다.
머무는 이유는 거창한 개발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장바구니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처마, 아이와 함께 앉을 수 있는 작은 벤치, 시장 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 끼, 상인이 오늘 가장 좋은 식재료를 알려주는 말 한마디, 골목 끝에서 만나는 작은 전시도 머무는 이유가 된다. 고객은 완벽한 공간보다 자신을 배려하는 공간을 더 오래 기억한다.
전통시장의 진짜 무기는 사람 냄새와 작은 배려다
전통시장은 생활인구를 붙잡을 수 있는 좋은 재료를 이미 갖고 있다. 오래된 가게, 손맛이 담긴 음식, 지역 식재료, 상인의 표정, 단골과의 관계, 골목의 냄새가 있다. 문제는 이 재료가 흩어져 있다는 데 있다. 국밥 한 그릇, 반찬 한 팩, 과일 한 봉지가 따로 팔릴 때 시장은 구매 장소에 머문다. 그러나 아침 장보기, 점심 한 끼, 골목 산책, 지역 특산품 구매, 카페 휴식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 시장은 체류 공간이 된다.
지자체와 상인조직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생활인구를 늘리겠다는 말은 관광객 숫자를 늘리겠다는 말과 다르다. 고객이 지역에 머물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이 소비와 관계로 이어지도록 상권을 운영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그래서 상인회는 사업을 신청하는 조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객 동선을 보고, 공동 콘텐츠를 만들고, 평일과 주말의 운영 리듬을 설계하고, 다시 방문할 이유를 쌓는 상권 운영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장에서 관광버스가 도착해 사람들이 잠시 몰렸다가 빠져나가는 장면을 종종 본다. 그 순간 시장은 붐비지만, 상권은 깊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사람이 많지 않아도 천천히 걷고, 점포를 둘러보고, 상인과 말을 나누고, 음식을 먹고, 다음 방문을 약속하는 시장이 있다. 이런 시장이 생활인구를 만든다. 상권은 순간의 혼잡보다 반복되는 체류로 살아난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이제 통과하는 장소를 넘어 머무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지방소멸 시대의 상권정책은 인구 숫자를 붙잡는 행정이 아니라, 사람의 시간을 붙잡는 현장 전략으로 내려와야 한다. 고객이 시간을 쓰고, 돈을 쓰고, 기억을 남기는 곳이 될 때 시장은 지원받는 공간을 넘어 살아 있는 로컬 브랜드가 된다. 이제 우리 상권의 질문은 분명하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들 것인가?
2026년, 이제 지역상권의 성적표는 사람 수가 아닌 시간의 깊이로 매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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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 대표
전통시장 및 지역상권 활성화 전문가. 다양한 지역의 전통시장과 상권 활성화 연구용역, 정책 연구, 컨설팅과 강의를 수행해왔다. 로컬상권, 지역관광, 농업 연계 활성화, 생활인구 확대, 국비공모사업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과 교육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수의 전문도서와 칼럼을 집필하고 있다. misi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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