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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다음 해법_로컬넥스트
김용한 상권브랜드 컬럼(3)_로컬창업가 1만 명 시대, 상권은 창업자를 살릴 준비가 되었는가? 본문

김용한의 상권 브랜드 컬럼 : 로컬창업가 1만명 시대
“로컬창업의 성과는 선발 인원이 아니라,
지역에 남아 불을 켜고 있는 점포의 시간으로 증명된다.”
로컬창업은 이제 지역상권 정책의 가장 앞자리에 놓였다. 지역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오래 비어 있던 점포에 불이 켜지고, 낡은 골목에 다른 감각의 브랜드가 생기는 일은 상권에 분명한 활력을 준다. 반가운 흐름이다. 그러나 로컬창업은 숫자로만 볼 일이 아니다. 창업자가 몇 명 생겼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창업자가 그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다.
정부도 로컬창업을 지역상권 회복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2026년 3월 발표된 「모두의 지역상권 추진전략」은 매년 로컬창업가 1만 명을 발굴하고, 로컬기업 1천 개사를 육성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지방 로컬창업 지원 비중도 90%까지 확대된다. 로컬창업타운, 로컬창업대학, 로컬창업 멘토단, AI 기반 상권분석 서비스도 함께 추진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숫자보다 구조다. 정책은 창업을 ‘점’으로 만들고, 로컬기업 집적을 ‘선’으로 잇고, 관광과 지역브랜드를 ‘면’으로 확장하려 한다.
정책의 방향은 맞다.
지역상권은 오래된 점포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새로운 창업자가 들어와야 고객의 눈길이 달라지고, 젊은 세대가 방문할 이유도 생긴다. 전통시장 안에 새로운 디저트 가게가 들어오고, 골목에 로컬 편집숍이 생기고, 빈 점포에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작은 식당이 문을 열면 상권의 공기는 달라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창업자는 들어오지만 오래 남지 못하는 상권이라면, 로컬창업은 지역의 희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소모전이 된다.
로컬창업은 ‘입점’이 아니라 ‘정착’의 문제다
로컬창업을 빈 점포 채우기 정도로 보면 실패하기 쉽다. 빈 점포에 청년 창업자를 넣고, 간판을 바꾸고, 개업식을 열면 상권이 살아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창업자는 공간만으로 버티지 못한다. 고객이 와야 하고, 매출이 쌓여야 하며, 주변 점포와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에게 알려져야 하고, 외부 방문객이 찾아올 이유도 있어야 한다. 창업자는 점포 안에서 장사하지만, 생존은 점포 밖의 상권 구조에서 결정된다.
현장에서는 이런 장면을 자주 본다. 빈 점포에 창업자가 들어와 조용히 문을 연다. 첫 달에는 지자체 관계자도 오고, 주변 상인들도 축하 인사를 건넨다. SNS에 사진도 올라가고, 잠시 손님도 몰린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나면 홍보는 끊기고, 지나가는 사람은 줄고, 임대료 고지서만 정확히 도착한다. 그때 창업자는 아이템의 한계가 아니라 상권 구조의 빈틈을 마주한다.
창업자가 흔들리는 이유는 아이템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상권 안에 고객 동선이 약하고, 공동 홍보가 없고, 기존 상인과의 연결이 느슨하며, 임대료와 운영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경우가 많다. 창업지원금은 초기 숨통을 틔워 주지만, 매일의 매출을 대신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컨설팅은 방향을 알려 줄 수 있지만, 고객이 반복해서 찾아오는 구조를 대신 운영해 주지는 못한다. 로컬창업은 개인의 도전이면서 동시에 상권의 책임이다.
창업자를 오래 살리는 상권은 고객이 흘러 다닌다. 한 가게에서 소비가 끝나지 않고 옆 가게로 이어진다. 점심 한 끼가 골목 산책으로 이어지고, 오래된 점포의 신뢰와 새 점포의 감각이 서로를 밀어 준다. 국밥집을 찾은 손님이 옆 카페에 앉고, 카페를 찾은 고객이 지역 식재료 매장에 들르고, 시장을 둘러본 가족이 다음 주말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하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런 상권에서는 신규 창업자가 외딴섬처럼 남지 않는다.

창업자를 혼자 세워 두는 상권은 오래가지 못한다
로컬창업가에게 가장 위험한 말은 “좋은 아이템이면 알아서 된다”는 말이다. 지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고객 수가 한정되어 있고, 계절 변동이 크며, 관광객과 주민의 소비 패턴도 다르다. 아무리 좋은 가게라도 혼자 고객을 만들고, 혼자 홍보하고, 혼자 재방문을 관리하기는 어렵다. 상권 전체가 창업자를 받쳐 주지 않으면 좋은 창업자도 지친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로컬창업가에게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싸게 임대해 주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을 만나고 상품을 다듬고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현장이어야 한다. 시장 안의 반찬가게와 로컬 밀키트 창업자가 만날 수 있고, 오래된 떡집과 젊은 카페가 협업할 수 있으며, 지역 농산물과 청년 셰프의 메뉴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연결이 만들어질 때 창업자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낀다.
기존 상인은 새 창업자를 경계할 대상이 아니라, 상권의 다음 고객을 함께 데려올 동료로 봐야 한다. 오래된 점포가 가진 단골의 신뢰와 새 점포가 가진 감각이 만나야 골목은 낡지 않고 깊어진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의 세대교체는 기존 상인을 밀어내는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오래된 상인의 경험 위에 새로운 창업자의 감각이 더해질 때 상권은 자연스럽게 젊어진다.
상인조직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상인회가 신규 창업자를 단순 입점자로만 대하면 상권은 세대교체의 기회를 놓친다. 이제 상인회는 기존 점포와 신규 창업자를 연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공동 이벤트를 기획하고,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상권의 대표 상품과 동선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창업자가 들어왔다면 그 창업자를 통해 상권 전체가 어떤 고객을 새로 만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지자체도 창업자 선발에서 멈추면 안 된다. 창업자가 들어갈 상권의 입지, 임대료, 고객층, 주변 점포 구성, 관광자원, 교통 접근성, 생활인구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창업자의 역량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창업자가 들어갈 상권이 그를 살릴 수 있는지도 진단해야 한다. 좋은 창업자를 약한 구조 안에 넣어 두면 개인의 열정만 소진된다.
【표】 창업자를 오래 버티게 하는 상권의 다섯 가지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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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의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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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보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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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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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게 방문이 옆 가게 소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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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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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상인과 신규 창업자가 함께 상품과 이벤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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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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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회가 사업 신청을 넘어 고객과 콘텐츠를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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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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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관광, 문화, 지역 스토리, 빈 공간이 창업 아이템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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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문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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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리뷰, SNS, 쿠폰, 체험 프로그램이 다시 올 이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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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생태계가 없으면 로컬창업은 이벤트로 끝난다
정부 정책자료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로컬창업을 단순한 창업지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컬기업 전용펀드, 로컬창업 스튜디오, 로컬기업 집적지, 로컬앵커기업, 상권 매니저, 지역기업 상생모델이 함께 제시되어 있다. 특히 로컬기업 전용펀드는 2030년까지 최대 2천억 원 규모로 조성되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로컬기업 집적지는 2026년 50곳에서 2030년까지 1천 곳 목표로 추진된다. 창업자를 뽑는 데서 끝내지 않고, 창업자가 모이고 성장하고 지역상권의 브랜드로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관건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들이 실제로 뿌리내리고 성장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기존 청년몰사업과 청년상인 지원사업이 왜 어려움을 겪었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실행 과정까지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로컬창업가를 육성한다는 말은 창업자를 뽑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지역에서 매일 장사하며 버틸 수 있는 구조를 함께 만든다는 뜻이다. 창업자가 들어올 공간, 고객을 만나는 동선, 선배 상인과의 관계, 지역기업과의 협업, 상권 전체의 브랜딩과 디지털 홍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상권 생태계는 행정 문서 속 표현이 아니라, 창업자의 매일을 버티게 하는 현장의 장치다.
로컬창업이 지역의 미래가 되려면 창업자 한 명의 성공담을 넘어야 한다. 한두 개의 유명 점포가 생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상권 전체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고객이 그 점포를 찾아왔다가 주변 점포까지 걷고, 시장에서 식사하고, 지역 특산품을 사고, 골목 카페에서 쉬고, 다시 방문을 약속해야 한다. 창업자의 매력이 상권의 체류로 이어질 때 정책의 성과가 남는다.
나는 현장에서 새로 문을 연 점포 앞에만 사람이 몰리고, 몇 달 뒤 다시 조용해지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다. 창업자는 열심히 했지만 상권이 받쳐 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아주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버티는 창업자들이 있다. 그들은 주변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지역 주민의 생활 리듬을 읽고, 관광객이 오는 시간을 알고, 계절에 맞춰 상품을 바꾼다. 혼자 튀려고 하기보다 상권 안에서 자기 자리를 만든다. 이런 창업자가 지역 브랜드의 씨앗이 된다.
로컬창업가 1만 명 시대에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이 해야 할 일은 선명하다. 창업자를 많이 유치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저렴한 임대공간, 공동 마케팅, 상권 브랜딩, 고객 동선, 선배 상인과의 협업, 디지털 홍보, 지역 관광과의 연결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창업자는 씨앗이지만, 상권은 그 씨앗이 뿌리내릴 토양이다.
지역상권은 이제 창업자를 선발하는 무대가 아니라, 창업자를 오래 버티게 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창업자가 살아야 빈 점포가 줄고, 골목의 불이 켜지고, 생활인구가 머물 이유가 생긴다. 2026년 이후 로컬창업의 성적표는 몇 명을 뽑았는가가 아니라, 몇 개의 점포가 지역에 남아 매일 불을 켜고 있는가로 매겨져야 한다. 로컬창업의 진짜 성적표는 선정 명단이 아니라, 저녁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골목에 남는다.
새로운 정책이 과거 사업들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혁신적인 성공 모델을 구축할 것인지 관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상권의 자생력을 높이는 강력한 마중물로 작동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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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 대표
전통시장 및 지역상권 활성화 전문가. 다양한 지역의 전통시장과 상권 활성화 연구용역, 컨설팅과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로컬상권과 관광, 생활인구 확대, 국비공모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책과 칼럼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지역상권 이슈와 대안을 담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활성화 지원의 역설』, 『모두의 지역상권 점·선·면 전략의 성공 조건』을 출간하였다. misi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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