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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다음 해법_로컬넥스트
로컬넥스트 컬럼(1)_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권의 쇠퇴와 부활한 이유 본문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한때 강남 소비문화의 상징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곳은 패션, 명품, 연예인, 트렌드가 모이는 거리였다. 젊은 세대에게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거리”였고, 브랜드에게는 “입점 자체가 이미지가 되는 거리”였다. 그러나 상권은 이름값만으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소비자는 변하고, 경쟁 상권은 생기고, 임대료는 오르며, 콘텐츠는 낡는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도 이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쇠퇴의 가장 큰 원인은 소비 방식의 변화였다.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커머스가 성장하면서 단순히 옷을 사고 브랜드를 구경하기 위해 거리를 찾는 이유가 약해졌다. 과거에는 유명 브랜드 매장과 편집숍이 거리의 경쟁력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매력은 빠르게 희석됐다. 소비자는 더 이상 ‘비싼 브랜드가 있는 거리’만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맛집을 찾고, 경험을 공유하고, 나만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를 원했다.
여기에 신흥 상권의 부상도 영향을 줬다.
가로수길, 성수, 한남, 연남 같은 상권은 각기 다른 개성과 이야기를 앞세워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과거의 화려함에 머물러 있는 동안, 다른 상권들은 골목의 분위기, 로컬 브랜드, 카페 문화, 감각적인 공간 연출을 통해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었다. 상권은 멈춰 있으면 쇠퇴한다. 과거의 명성이 클수록 변화는 더 어렵다.
높은 임대료와 공실 증가도 악순환을 만들었다.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 개성 있는 소규모 브랜드와 실험적인 매장은 들어오기 어렵다. 자본력이 있는 일부 브랜드만 남거나, 유사한 업종이 반복되면 거리의 다양성은 줄어든다. 방문객은 새로운 이유를 찾지 못하고, 매출은 줄고, 다시 공실은 늘어난다. 상권 쇠퇴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작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시간이 쌓여 한순간에 드러난다.
그런데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부활의 핵심은 단순한 유동인구 회복이 아니었다. 거리의 문법이 바뀐 것이다. 과거에는 명품과 유명세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개성 있는 브랜드, SNS 확산, 체류형 콘텐츠, 거리 환경 개선, 상권 주체 간 협력이 결합되고 있다.
특히 로컬성과 개성을 가진 브랜드의 유입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대형 브랜드만으로는 젊은 세대의 발길을 오래 붙잡기 어렵다. 작은 매장이라도 분명한 콘셉트가 있고, 사진을 찍고 싶고,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사람은 찾아온다. 요즘 소비자는 상품만 사지 않는다. 공간의 분위기, 브랜드의 태도, 경험의 차별성을 함께 소비한다.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다시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SNS와 인플루언서의 영향도 컸다.
예전에는 상권의 명성이 언론과 입소문을 통해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숏폼 콘텐츠가 상권 이미지를 다시 만든다. 한 장의 사진, 짧은 영상, 방문 후기 하나가 거리의 인식을 바꾼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다시 ‘보여주고 싶은 거리’가 되면서 젊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임대인과 상권 주체의 역할이다.
상권이 어려워졌을 때 임대료 문제를 외면하면 부활은 어렵다. 임대인협의회 차원의 임대료 인하 결의와 일부 임대인의 동참은 상권 회복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임대료가 조정되어야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올 수 있고,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와야 거리의 콘텐츠가 바뀐다. 상권은 임차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대인, 상인, 방문객, 행정, 지역 커뮤니티가 함께 움직일 때 회복 가능성이 생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사례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명확하다.
상권은 건물의 집합이 아니라 경험의 흐름이다. 좋은 입지, 높은 인지도, 유명한 과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이 왜 와야 하는지, 와서 무엇을 경험하는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다시 방문할 이유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부활한 상권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변화한 소비자 감각을 읽는다.
둘째, 로컬 고유의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한다.
셋째, 온라인 확산과 오프라인 경험을 연결한다.
넷째, 공간과 콘텐츠와 운영을 함께 본다.
다섯째, 상권 이해관계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협력한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부활은 단순히 한 상권의 성공담이 아니다.
쇠퇴한 상권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조건이 있다.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상권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오고, 걷고, 머물고, 이야기하고, 다시 찾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거리는 다시 살아난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한때 쇠퇴했지만, 공간 개선과 콘텐츠 강화, 로컬 브랜드 성장, 임대료 상생 협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사례는 전국의 골목상권과 지역상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상권 활성화는 행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임대료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공간, 콘텐츠, 운영, 상생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결국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부활은 “상권은 함께 살아야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이 거리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다.
[필자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 대표
전통시장 및 지역상권 활성화 전문가. 다양한 지역의 전통시장과 상권 활성화 연구용역, 정책 연구, 컨설팅과 강의를 수행해왔다. 로컬상권, 지역관광, 농업 연계 활성화, 생활인구 확대, 국비공모사업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과 교육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수의 전문도서와 칼럼을 집필하고 있다. misi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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