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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다음 해법_로컬넥스트
김용한 상권브랜드 컬럼(1)전통시장과 지역상권, 이제 로컬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본문

상권은 지원받는 공간이 아니라, 기억되는 로컬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더 이상 ‘살려야 할 낡은 공간’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고객이 일부러 찾아오고, 머무르고, 다시 이야기하게 만드는 로컬 브랜드로 다시 서야 한다. 시장이 어렵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었다. 손님이 줄었다고 말하고, 온라인 소비가 늘었다고 말하고, 젊은 세대가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손님이 사라진 것만이 아니다. 다시 찾을 이유가 약해진 것이다.
상권은 가게의 집합이 아니다.
고객의 하루 안에 들어가는 경험의 묶음이다. 누군가는 장을 보러 오고, 누군가는 점심을 먹으러 오고, 누군가는 골목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아이와 함께 걷는다. 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때 상권은 살아난다. 그런데 많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아직도 점포 하나, 시설 하나, 행사 하나를 따로 본다. 고객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고객은 주차장에서 시작해 골목을 걷고, 첫 가게의 인상으로 마음을 열고, 먹거리와 볼거리와 사람의 응대로 그 상권을 기억한다.
정부 정책의 방향도 이 변화를 향하고 있다.
2026년 지역상권 정책은 로컬창업, 지역상권, 관광상권을 점·선·면으로 연결하는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개별 점포를 지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창업자가 들어오고, 골목이 이어지고, 관광과 생활인구가 결합되는 구조를 보겠다는 신호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지원도 문화, 관광, 로컬 커뮤니티, 특산품,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더 세분화되고 있다. 정책의 언어가 상권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정책의 언어가 바뀌었다고 현장의 체질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상권이 로컬 브랜드가 되려면 먼저 자기만의 이유를 가져야 한다. 왜 이 시장이어야 하는가. 왜 이 골목이어야 하는가. 왜 고객이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을 두고 이곳에 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예산이 들어와도 고객의 기억에는 오래 남지 않는다. 시설은 좋아졌지만 비슷하고, 간판은 정비됐지만 개성이 약하고, 행사는 열렸지만 다시 올 이유가 없다면 상권은 잠시 붐비다 다시 조용해진다.

로컬 브랜드는 거창한 슬로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침에 문을 여는 상인의 표정, 골목 입구의 첫 냄새, 시장 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동네 어르신이 건네는 말 한마디, 아이가 다시 가자고 말하는 작은 장면에서 만들어진다. 브랜드는 고객이 기억하는 감각이다. 전통시장이 가진 강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형 유통이 따라 하기 어려운 사람 냄새, 오래된 시간, 지역의 식재료, 상인의 손맛, 단골의 관계가 있다. 문제는 그 좋은 재료가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으로 정리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이제 ‘무엇을 파는 곳인가’보다 ‘어떤 시간을 보내게 하는 곳인가’를 물어야 한다.
반찬을 파는 점포는 많다. 그러나 오늘 저녁 식탁을 덜 걱정하게 해 주는 시장은 드물다. 국밥집은 많다. 그러나 그 지역에 왔을 때 꼭 들러야 할 한 끼로 기억되는 가게는 많지 않다. 골목 카페는 많다. 그러나 그 골목 전체를 걷고 싶게 만드는 동선은 흔하지 않다. 고객은 상품만 사지 않는다. 자기 시간을 맡길 만한 장소를 고른다.
생활인구도 이 지점에서 상권브랜드와 만난다.
생활인구는 주소지를 옮긴 사람이 아니라, 지역에 시간을 쓰고 돈을 쓰고 기억을 남기는 사람이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이 로컬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광객이 한 번 지나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외부 방문객이 지역의 음식과 골목과 사람을 경험하고, 다시 올 이유를 갖고,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상권의 힘은 커진다. 한 번의 방문을 반복되는 관계로 바꾸는 힘이 로컬 브랜드에 있다.
상권브랜드의 출발점은 차별화된 이름이 아니라 선명한 고객 장면이다.
이 시장은 누구에게 어떤 하루를 선물할 것인가. 이 골목은 어떤 고객을 몇 시간 머물게 할 것인가. 이 지역상권은 주민, 관광객, 생활인구를 어떻게 다르게 맞이할 것인가. 이 질문이 잡히면 사업의 순서도 달라진다. 먼저 간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첫 방문 동선을 본다. 먼저 축제를 여는 것이 아니라 축제 이후 고객이 다시 올 이유를 만든다. 먼저 홍보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사진 찍고 싶어 하는 장면을 만든다.
필자는 현장에서 수많은 상권을 보며 한 가지를 자주 확인한다. 살아나는 상권에는 예산보다 먼저 방향이 있다. 장사가 잘되는 몇몇 가게만 있는 곳이 아니라, 그 가게들이 서로 고객을 흘려보내는 구조가 있다. 한 점포의 매력이 골목으로 번지고, 골목의 분위기가 시장으로 이어지고, 시장의 경험이 지역 방문 이유로 확장된다. 고객은 한 가게를 방문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지역 경험을 소비한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이 로컬 브랜드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이상 가격과 접근성만으로는 고객을 붙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온라인은 더 편하고, 대형 유통은 더 빠르며, 프랜차이즈는 더 익숙하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이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면 불리하다. 대신 이곳만의 시간, 사람, 음식, 골목, 관계를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으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은 오래된 공간을 넘어 오늘의 소비자에게 다시 선택받는 장소가 된다.
앞으로의 상권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았는가에 있지 않다.
고객이 그곳을 무엇으로 기억하는가에 달려 있다.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은 이제 지원사업의 대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의 삶을 담고,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생활인구의 발걸음을 붙잡는 로컬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이제 전통시장과 지역상권의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우리는 무엇을 지원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고객에게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필자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 대표
전통시장 및 지역상권 활성화 전문가. 다양한 지역의 전통시장과 상권 활성화 연구용역, 컨설팅과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로컬상권과 관광, 생활인구 확대, 국비공모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상권전문인력양성과정과 상권전문관리자양성과정 주임교수로 현장형 상권전문가 양성에도 참여해 왔다. 최근 지역상권 이슈와 대안을 담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활성화 지원의 역설』, 『모두의 지역상권 점·선·면 전략의 성공 조건』을 출간하였다. misi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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